세상에는 나 아니어도 너무나 똑똑하고 영악스러울이 만치 말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래서 내가 침묵하더라도 그 어떤 회의나 모임에 차질이 생길 리가 없다. 만약 침묵 때문에 나의 전문적 식견이 의심을 받게 된다면 그것도 나에게 유익할 수가 있다. 예컨데 다음 회의나 모임에선 부르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나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는가?
사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일류 전문가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문득 자비심(?)이 발동되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싶어진다. 어쩌면 모두가 그토록 많이 알고 그토록 자신감에 차 있는지. 자기가 아는 것 모두를 한꺼번에 쏟아 놓으려 들고, 그래서 듣고 나면 정작 귀에 남는 것이 없는 것도 같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는 아닐까?
어째서 사람들은 많은 말을 해야만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을 하게 되는가? 많이 말해야 많이 알고, 확실히 안다고 믿어 주는가? 어째서 침묵하면 모르기 때문이라고 속단해 버리는가?
심지어는 학문적인 논의에서조차도 틀린 사실이나 잘못된 법칙이나 원리를 말하더라도 그 목청이 높고 말을 많이 하면 진실이고 진리라고 믿으려는 경향마저 있는가? 이는 마치 시간의 정확성을 고집 센 사람의 말로 결정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한때는 <우기면 진리된다>라는 속언도 유행하지 않았던가.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의 설익은 생각을 담아 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세상을 사는 일은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오해할 사람이라면 변명하여 풀어 보았자 별반 나아질 여지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오해받아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를 지킬 고집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고집과 용기와 배짱의 표현으로 침묵하고 싶다.
나는 침묵이 항상 금이라고도 생각지 않으며 남의 얘기를 거침없이 해 버리는 이를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설정했던 내 모습이 수다떨기와는 반대 방향이며 그래서 새삼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나다운 짓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웬지 화가 난다. 자신이 싫어진다. 그래서 오래오래 괴롭다. 마치 자존심에 깊이 상처 입은 듯.
그럴 의사도 없으면서 남의 장단에 끼어들었던 것처럼. 이유 없이 나를 해친 사람을 흉보는 자리에선 내심 고소해 하면서 한 수를 거들었던 것처럼. 그런 기분 나쁜 자기 실망 때문에 나는 침묵하는 버릇을 갖고 싶다. 따라서 나는 아직 침묵하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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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연습